이 나비는 멀리서 날아온다.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오는데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올 때도 많다. 이때는 먼저 끝없이 펼쳐진 듯한 사막지대를 통과한 다음, 잠시 해안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지중해를 넘는다. 이어 알프스 기슭에 이르면 다시 잠시 동안 쉬면서 대가하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알프스를 넘는다.
이때 작은멋쟁이나비는 알프스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하천을 따라 북상한다. 알프스 북쪽 부근에서 이동비행을 끝내는 나비의 수는 적은 편이다. 대부분 계속해서 북
쪽이나 북동쪽으로 날아간다. 발트 해 주변지역까지 이동하는 나비가 많고 아이슬란드까지 날아가는 나비도 적지 않다. 전체 이동거리로 보면 그 거리가 4000-5000킬로미터에 달한다.
나비가 도착하는 곳은 낯선 곳이다. 암컷은 목적지에 닿으면 영겅퀴나 다른 식물에 앉아 알을 낳는다. 알을 낳을 식물을 고르는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뾰족한 털에 붙은 유충은 기상조건에 따라 성장속도가 다르며, 번데기가 되었다가 여러 주가 지나면 고치를 빠져나와 새로운 새대의 나비가 된다. 그리고 지중해 쪽으로 방향을 잡은 다음 계속 아프리카를 향해 귀환 비행을 시작한다.
그토록 연약해 보이는 나비가 이토록 먼 거리를 날다니! 영국에서는 이 나비를 ‘연지 바른 여인’이라고 부른다. 밑 날개에 연한 파스텔 색조로 선명한 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생존방식을 모른 채 겉모습만 보면, 이 나비가 세계일주에 버금갈만큼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모를 것이다. 실제로 작은멋쟁이나비는 거의 탈진할 때까지 날개를 사용한다.
수일에서 수주일 걸리는 이동(작은멋쟁이나비는 풍속에 따라 하루에 80-200킬로미터를 이동한다)을 끝내고 나면, 힘이 다 빠져서 날개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보인다고 나비전문가들은 말한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왜 이토록 고생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집단 이동은 왜 점점 빈번해지는 것일까?
작은멋쟁이나비는 독일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토착종처럼 나비의 형태, 번데기의 형태 또는 알이나 유충의 형태로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동면 없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진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어떤 성장 단계에서도 건기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건기를 피해 강우 지역을 찾아 나선다.